침팬지의 최후통첩 게임

07 Oct 2007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은 실험대상이 '공평함'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게임이다.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의 횡재에 얼마나 배아파하는지를 측정하는 게임이다. ㅎㅎ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메커니즘도 이타성의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죄수의 딜레마처럼 많이 연구되는 게임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볼 수 없도록 다른 방에 격리되고 각각 제안자와 응답자로 역할이 주어진다. 두 사람에게는 특정한 액수의 돈이 주어지고 제안자의 제안에 따라 돈을 나누게 된다. 먼저 제안자가 마음대로 제안을 한다. 8:2, 5:5 처럼 제안을 할 수 있다. 이 제안은 응답자가 거부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다. 만약 응답자가 받아들이면, 제안자의 제안대로 돈을 나누어 갖게 되며, 제안을 거부하면 두 사람 모두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인간(Homo economicus)의 관점에서는 제안이 어떻게 오든 간에, 자신의 몫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응답자는 제안을 수락하는 게 맞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제안자는 보통 절반 근처를 제안하며, 응답자는 20%정도만 자신의 몫이 되는 제안은 거부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이런 결과는 사람들이 '무임승차'에 상당히 민감하며, '공평함'을 중요하게 생각함을 보여준다. (경제학과 학생들이 좀 더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심리학과 학생들이 좀 더 '호혜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은 있다고 한다. ㅎㅎ)

이런 결과가 만들어내는 필연적인 의문 중 한 가지는 '인간만?'이다. 바로 며칠 전에 사이언스지에 출판된 논문이 바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논문은 침팬지를 대상으로 최후통첩 게임을 시행하여 침팬지들은 인간에 비해 '공정함'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며 훨씬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결과만큼 흥미로운 것이 실험방법이다. 이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양쪽 침팬지에게 게임의 규칙을 이해시켜야 한다. 제안자는 우선 8:2, 7:3 같은 제안을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그 제안을 상대방이 수락하느냐 거부하느냐에 따라 자신에게 얼마나 돌아오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응답자는 자신이 받은 제안의 의미를 바로 알 수 있어야 하며, 상대방의 제안을 수락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의사표현이 명확하게 가능해야 하고, 그 의사표현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 논문에서는 이런 만만해보이지 않는 조건들을 꽤 간단한 기계장치로 구현했다.

먼저 자유로운 제안이 가능한 원래의 최후통첩게임의 규칙을 살짝 제한하여 제안을 두 가지로 압축했다. 제안자는 자신의 앞에 놓인 두 개의 로프중 하나를 선택하여 당김으로써 제안을 실행할 수 있다. 로프를 끝까지 당기면 '제안'의 손잡이가 응답자의 손이 닿는 위치까지 온다. 이제 응답자는 손잡이를 끌어당겨 자신도 먹이를 얻고 제안자도 먹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거나, 아니면 손잡이를 당기지 않음으로써 제안을 무시할 수 있게 된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