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인형님이 링크하신 Heifetz 비디오들을 감사히 감상했습니다.
매우 드문 일이지만, 연주를 듣고 나서 ‘이보다 멋진 연주는 불가능해’라는 강한 확신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곡의 모든 부분에서 ‘이 부분은 이래야 한다’는 느낌을 연주자가 고스란히 표현해 주는거죠. 그리고 이런 확신이 생긴 곡들은 다른 연주를 듣더라도 보통 바뀌지 않습니다.
하이페츠
저는 하이페츠가 연주한 비탈리 샤콘느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라는 조금은 간지러운 문구가 달려 있어서 훌륭한 영환데 야한 포스터로 광고하는 바람에 괜시리 보기 뭐한 영화처럼 처음에는 시큰둥했지만, 곧 푹 빠져버린 연주입니다.
몸을 통째로 울리는 무겁고 어두운 오르간 소리, 울림이 아주 좋지는 않지만 (하이페츠는 남들보다 마이크를 바이올린에 훨씬 가까이 두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래서 곡에 더 어울리는 소리를 내는 하이페츠의 바이올린, 그리고 완벽한 기술로 또박또박 나아가면서도 누구보다도 풍부하게 표현을 해내는 이 연주는 제가 느끼는 ‘이상적인 비탈리의 샤콘느’ 그 자체에 가깝습니다.
http://www.youtube.com/v/6AK5lJFhrQ4&hl=en
오이스트라흐
비누인형님이 링크하신 곡 중에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1번도 비슷한 확신이 생겼던 곡인데, 이 곡의 경우에는 하이페츠가 아니라 오이스트라흐였습니다. 심장발작을 일으켰다가 살아난지 4년 후인 1968년, 그는 60세 생일을 맞아 모스크바에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했는데, 바로 이 실황녹음이 제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연주이고, 아마도 모든 음반 중에서 제가 가장 많이 들은 연주입니다. 유튜브 코멘트 중에 ‘몇 시간 동안이나 들었습니다. 유튜브 ㄱㅅ’ 뭐 이런 내용의 코멘트가 있었는데, 저도 이 연주를 접했을때 딱 그 꼴로 몇 시간씩 듣기도 했습니다. ㅎㅎ;
오케스트라는 다른 연주들을 압도하는 정열적인 연주를 보여줍니다. 적절한 템포에 밀고 당기는 완급조절도 탁월하고 오이스트라흐와의 호흡도 완벽에 가깝습니다. 오이스트라흐도 아름다운 소리와 물흐르는한 기교, 풍부한 표현력을 아낌없이 보여줍니다. 카덴짜는 환상적입니다.
유튜브 시간제한때문에 바이올린 독주가 끝나고 트릴이 잦아들며 플룻이 등장하는 최고로 중요한 순간에 곡이 끊어지는 ‘으악!’ 소리나는 경험을 해야 하긴 하지만, 한번 감상해보세요. 포인트는 흔들리는 오이스트라흐의 ‘볼’입니..
David Oistrakh & Moscow Philharmonic Orchestra/Gennady Rozhdestvensky, recorded 27 September 1968, the Great Hall of Moscow Conservatory
1악장 - 1
http://www.youtube.com/v/fNCeYKfAOZI&hl=en
1악장 - 2
http://www.youtube.com/v/kc9gRZliWgA&hl=en
2악장
http://www.youtube.com/v/IgrUb2IS9sI&hl=en
3악장
http://www.youtube.com/v/77DgEqwRnrA&hl=en
당연하게도, 위의 찬사는 모두 제 개인적인 취향, 혹은 편견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아래 링크하는 다른 훌륭한 연주들도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연주가 더 훌륭해’라고 생각하시는 연주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언제나 환영입니다. ㅎㅎ
- youtube:Vitali Chaconne - Sarah Chang (‘최소한’ 유튜브에서는 하이페츠의 연주보다 장영주의 연주가 더 후한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 youtube:Nathan Milstein plays Vitali Chaconne
- youtube:Jascha Heifetz plays Tchaikovsky Violin Concerto: 1st mov.
-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 정경화, André Previn & London Symphony Orche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