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위에서 전염병 막기

05 May 2009

너구리님이 쓰신 그림으로 이해하는 전염병 확산 매커니즘을 보고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방법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설명해본다.

앞선 글에서 설명했고, 너구리님도 그림으로 보여주셨듯이, 질병 모델에 네트워크라는 요소를 넣으면 허브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웃이 많기 때문에 병에 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대략 이웃의 수에 비례하여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병에 걸리게 된 허브는 또 많은 이웃에게 병을 퍼뜨린다. 이런 허브의 효과로 인해, 허브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크 존재하는 네트워크에서는 전염병을 막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그럼 우리가 손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손이나 열심히 씻어야 하는 걸까?

허브가 전염병을 퍼뜨리는 데 몹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이해한 연구자들은 곧, 반대로 허브가 병에 걸리지 않도록 막기만 하면 병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1. 전염병이 퍼져나가는 상황에서 제한된 수의 격리나 예방 접종만이 가능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만약 되는 대로 사람들을 격리/접종 한다면 전염병은 별 문제 없이 전체 네트워크로 퍼져 나간다. 반면에, 허브들을 골라내어 이웃이 많은 허브부터 격리/접종을 하면 전염병은 확산되지 못한채 사라진다.

사실 이 결과는 네트워크 과학의 초기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논문인 “Error and attack tolerance of complex networks”라는 논문2의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이 논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척도없는 네트워크의 구조는 임의적으로 노드를 망가뜨리는 ‘error’에는 대단히 강하지만, 허브를 차례대로 망가뜨리는 ‘attack’에는 너무나 쉽게 망가진다. 말하자면, 척도없는 네트워크에서는 허브가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어주고 있기때문에 이 허브들이 온전하게 살아남아 있는 한은 네트워크의 구조가 보존된다는 것이다.

전염병 동역학의 맥락에서 이 결과를 다시 해석해보자. 임의적으로 사람들을 격리시켜 네트워크에서 제거한다면, 허브들은 남아 네트워크를 잘 묶어주고 있을 것이므로 전염병은 여전히 잘 퍼질 수 있다. 네트워크에서 허브부터 제거한다면, 네트워크의 구조는 쉽게 망가지고, 전염병은 더 이상 퍼질 수 없게 된다. (이 모든 결과들은 네트워크의 percolation 성질과 연결되어 있다.)

실현되기는 매우 어려워보이지만, 이론적으로는 재미있는 또다른 가능성은 위험한 전염병과 매우 비슷한 사촌 전염병을 위험한 전염병보다 먼저 퍼뜨리는 것이다. (예방 접종과의 차이점은, 구지 사람들이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과 자칫 잘못하면 변종이 진화하여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성이 추가된다는 점이다.) 이때, 사촌은 위험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면역 시스템이 보기에는 충분히 비슷하여 위험한 전염병에 대한 면역을 생성해주어야 한다 (교차 면역, cross immunity)3. 만약에 이런 이상적인 상황이 가능하다면, 네트워크 위에서 위험한 질병이 퍼져나가기에 적당한 경로 (주로 허브들) 를 정확히 그 사촌이 먼저 퍼져나가 면역을 생성시키게 되므로 전염병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된다4

  1. Romualdo Pastor-Satorras, Alessandro Vespignani, Immunization of complex networks, Phys. Rev. E 65, 036104 (2002) ; Zoltan Dezso, Albert-László Barabási, Halting viruses in scale-free networks, Phys. Rev. E 65, 055103 (2002)

  2. Réka Albert, Hawoong Jeong & Albert-László Barabási, Error and attack tolerance of complex networks, Nature 406, 378-382 (2000)

  3. 교차면역은 자연에서 흔히 관찰되는데, 한가지 흥미로운 예는 나병 (leprosy) 과 결핵 (tuberculosis) 이다. 전혀 달라보이는 두 병이지만, 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는 Mycobacterium genus에 속하는 친척이다. 나병은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서유럽의 풍토병이었지만, 17,18세기에 결핵이 유행하는 것과 동시에 거의 자취를 감추었는데, 이 현상이 두 병 사이의 교차 면역 때문이라는 가설이 꽤 설득력이 있다.

  4. M. E. J. Newman, Threshold effects for two pathogens spreading on a network, Phys. Rev. Lett. 95, 108701 (2005) - 첫번째 병이 퍼져나가고 난 뒤에 남게 되는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네트워크 구조를 수학적으로 풀었다. 꽤 아름다운 논문.